​허명욱 Huh, Myoung 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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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x 240cm, Pigment print & acrylic on canva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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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ment print & acrylic on canva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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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x 200cm, Pigment print & acrylic on canvas,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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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우리는 허명욱의 작업을 통해 시간을 버텨낸 사물이 새롭게 지니게 된 아름다움과 물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허명욱의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아마도 대상이 너무 작기 때문에 초점이 맞는 범위는 거의 밀리미터 단위로 변화할 것이며, 같은 이유로 특정한 부분을 조명으로 비추거나 빛을 가리는 일도 어려울 것이다. 렌즈가 피사체와 거의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카메라 경통으로 밀려들어오는 난반사를 가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마도 허명욱은 카메라를 사물에 바짝 들이대고, 정밀하게 움직이며 심도와 초점, 빛을 조절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떤 사진에서는 묵직한 아름다움을, 어떤 사진에서는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어렵지 않게 만들어낸다.

이는 그가 물건을 찍는 일로 단련된 사진가이기 때문이다. 제품 사진가의 눈은 일반인 뿐 아니라 다른 사진가의 눈과도 전혀 다르게 진화되어 있다. 그들은 연필 한 자루와 지우개 하나를 촬영할 때, 그것이 어떻게 놓여야지 아름다운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내는 부류의 인간들이다. 예를 들면 그들은 연필이 지우개에 걸쳐진 것이 아름다운지, 수평으로 놓인 것이 아름다운지, 연필을 바닥에 놓고 지우개를 수직으로 세우는 것이 아름다운지, 연필을 지우개에 찔러 넣어서 세우는 것이 아름다운지, 연필과 지우개를 교차하도록 하는 것이 아름다운지, 만약 그렇다면 그 각도와 간격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순간적인 미적 판단이 가능한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연필과 지우개가 지닌 특징과 재질을 단번에 파악하고, 두 제품의 반사율 차이를 감지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다. 그들은 카메라로 사물의 아름다움을 생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허명욱은 제품 사진가들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금속공예 작품이나 반사가 심한 제품을 주로 작업하는 테크니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마도 그것이 허명욱의 눈과 카메라가 우리와는 다른 기관으로 진화한 까닭일 것이다. 탄탄한 테크닉을 기반으로 한 허명욱의 프레이밍은 정밀하다. 그의 발색은 잘 정돈되어 있으며, 피사체에 떨어지는 빛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아무렇게나 쌓은 것처럼 보이는 장난감 자동차와 트렁크의 형태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치밀하다. 특히 허명욱은 능란하고 유연하게 사진의 크기를 다룬다. 그는 72분의 1로 축소되어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를 다시 72배로 확대하여 실제 자동차의 크기로 만들어 프린트한다. 이 과정에서 장난감 자동차가 지닌 디테일의 감각은 극도로 확대되어 우리에게 다가오며, 우리는 사물이 살아 온 시공간을 좀더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사실 정교한 기술을 가지고 장난감과 진지하게 씨름하는 프로페셔널의 모습은 어딘가 괴상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허명욱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는 정밀하게 찍은 사진을 캔버스에 프린트하고, 프린트 위에 부드러운 컬러의 아크릴로 직접 채색한다. 심지어는 직접 쇠막대를 구부려 액자까지 만들어낸다. 허명욱의 작업은 일반적인 사진가들과 달리 사진을 찍고 프린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사진 이미지가 완전한 형태의 ‘사물’이 되는 데까지 섬세한 눈과 손으로 개입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작업 방식은 일반적인 사진가들보다는, 물건을 만드는 장인이나 공예가들의 그것과 닮아 있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사진이 피사체가 주는 존재감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를 바라는 동시에, 그 자체로도 완결된 물성을 지닌 사물이 되기를 바란다.

- 김현호 (평론가), "Scale"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