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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갤러리는 윤미경, 김민우, 이다인의 전시 <Terraforming>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 테마인 ‘테라포밍’ 은 지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및 천체의 환경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조형언어를 구축하고 잠재적 가능성과 역량을 토대로 3인의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소개하려고 한다.

 

윤미경 작가가 이미지를 구성해 나가는 방식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기반으로 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면들은 어딘 가에서 보았을 법한 일상을 담고 있으며, 작가가 직접 보고 경험한 장소들이다. 그의 기억을 거쳐 재해석된 배경에는 작가의 생각과 감정이 시각화 된 추상적 기호들이 가미되어 새로운 환경을 형성하게 된다. 윤미경 작가의 작품은 청각, 후각, 미각, 촉각과 같은 인간의 감각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낸다. 아크릴, 스프레이, 오일파스텔로 표현된 비구상적 요소들은 작가의 기억 속에 우연히 자리잡은 풍경들 속에 그의 감정이 결합되어 냄새와 소리가 내포된 공기를 자아낸다. 스쳐가는 바람처럼 머물다 간 자리에 형체 없이 남겨진 기체의 여운이 작품의 묘한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

 

김민우 작가 또한 일상적 풍경을 담아내고 있으나 윤미경 작가와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는 작업 과정에서 주변을 둘러싼 환경을 경험함으로써 이미지의 모티프를 채취해 나가는데, 그는 그 과정을 ‘목격’한다고 말한다. 의도가 배제된 채 인식된 장면들은 우연히 그 시점, 그 공간에 존재하였던 작가에 의해 포착되고 그에 의해 가공되어 배출된 결과물로서 재탄생 된다. 작가는 도시의 일상 중 조금은 소외되고 기이한 장면에 주목한다. 온전한 하나의 풍경이 아닌 그의 시야에 포착된 조각들의 조합으로 이미지를 구성해 나가며, 형태의 해체와 조립, 색상의 명도와 채도의 조정으로 장면의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이다인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 매개체인 ‘돈’을 주제로 그의 비판적 시선을 담아 시각화 한다. 작가는 ‘돈’이라는 화폐적 사물이 만들어내는 신용과 가치와 같은 비실존적 영역과 인간과의 관계에 모순을 발견하고 디지털 작업을 통해 ‘돈’의 왜곡된 모습을 재현해 낸다. 세계 화폐의 기준이 되는 미국과 달러에 대한 그의 냉소적인 표현법이 돋보이는 ‘글리치’시리즈는 미국 1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미국 달러를 직설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전자기기 출력 오류 시에 나타나는 노이즈를 의도적으로 교차 편집하여 그 대상을 부정함과 동시에 이미지에 표현된 형태와 색상이 때론 미학적으로 표현되어 ‘돈’의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가 만들어낸 실체가 없는 가상의 ‘돈’은 현실 공간에 소환되어 관객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그 존재와 영향력에 대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맞닥뜨린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독일과 미국이라는 다른 대륙에서 각각 자신의 예술적 언어를 다듬어온 그들의 작품은 그들이 속해 있던 환경의 색이 묻어난다. 세 작가가 이루는 그들의 대화는 각기 다른 듯하면서도 공통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관찰하고 연구하는 그들의 탐구적인 태도는 우리에게 외면된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전시<Terraforming>이 제시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속해 있는 환경에 대해 한걸음 뒤에서 다시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상황을 인지하는 것 만으로도 변화는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