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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우 작가의 낙서로 그린 마음의 지도

마크 테토의 아트스페이스 48


낙서로 그린 마음의 지도

캔버스를 가득 채운 알 수 없는 기호와 이미지들을 바라보면 묘하게 자유로워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게 바로 홍정우 식 낙서의 매력이다.

 

M : 낙서 기법의 작업이 굉장히 독특하고 재미있습니다. 원래 낙서를 좋아했나요?

H : 네다섯 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특히나 동네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벽에 낙서하기를 좋아했어요. 아마 누구나 그런 기억이 있을 거예 요. 벽에 분필로 낙서하거나, 그마저도 없으면 돌멩이로 드르륵 그으면서 그 림을 그렸던 일들이요. 저는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그런 느낌을 제 작업 에서 표현해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낙서에 대한 사랑은 학생이 되어서도 이어졌고, 교과서 귀퉁이에 낙서하고 만화 그리기를 특히 좋아했습니다.

M : 벽에 낙서하던 경험을 캔버스에 구현하신 점이 굉장히 흥미롭네요.

H : 완성하는 데 한 10년 걸린 것 같습니다. 제 머릿속의 생각과 감정들을 저만의 기법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았어요. 원래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어쩌다 보니 판화를 전공하게 됐는데요. 사실 판화는 기법에 제한이 많고 표현에도 한계가 좀 있었죠. 그래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판화 를 하나의 기법으로 활용하되, 나만의 기법과 개념을 확립하려고 노력했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M : 초기 작품들은 어떤 스타일이었는지 궁금해요.

H : 극사실 기법의 판화를 하기도 했고, 한때 도자기에 빠져서 도자기를 그리고 그 위에 낙서로 표현한 작품들도 했어요. 예전의 제 작업을 본 사람들은 지금 제 작품을 보면 완전히 다르다고 말하더라고요.

M : 어떤 것들을 낙서로 표현하세요?

H : 주로 제 기억 속 단상들이에요. 낙서 자체가 사실은 누구나 머리와 가슴속에 갖고 있는 것들인데 보통 어떻게 표현 해야 할지 잘 모르죠. 저는 낙서를 연구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방법을 알게 돼서, 제 나름의 표현 방식을 갖게 된 것이고요. 저는 평소 제가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출할까 고민하다가 발견하게 된 거죠.

M : 작업이 여러 겹의 레이어 위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방식도 독특해요.

H : 밑바탕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고, 그 위를 송곳이나 칼 같은 것으로 긁어내면서 아래에 깔린 색들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어요. 그 위에 색연필 이나 아크릴로 드로잉을 더하고요. 판화를 작업했던 경험이 반영되기도 했고, 어릴 때 벽에 돌멩이로 그림 그렸던 느낌을 살려내는 저만의 방식이에요.

M : 작업에 새, 사람, 가구 등 다양한 형상들이 보이는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H : 그 형상들이 특별히 상징하는 것은 없어요. 어떤 것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리는 게 아니거든요. 작업을 하는 그 순간에 느껴지는 어떤 기분과 형상을 화면에 던진다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만약에 꽃을 그렸다면, 제가 꽃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어떤 향기가 난다고 생각 했을 때 꽃이라는 대상을 그리게 되는 것처럼요. 혹은 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을 그린다든지요. 예전에 키우던 개가 생각나면 그 개의 모습이 작품에 반영되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그것들이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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